이화여대 24학년도 인문 모의논술 분석 [3]
이화여대가 24학년도 모의 논술 자료를 공개하였다. 인문 모의 논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존 문제 유형에서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준비방식에도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은 적다. 하지만 올해 인문 모의의 경우 영어 제시문 난이도가 기출이나 23년 모의에 비해서는 살짝 까다롭다는 느낌이므로 이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기출들을 접해볼 것을 권한다.
[문제 3]
(1) 제시문 [마]와 제시문 [바]에 나타난 인간관을 대비하시오. [20점]
(2) 제시문 [사]를 요약하고, 권리 양도라는 관점에서 제시문 [바]와 제시문 [사]를 비교하시오.[20점]
문제 분석
두 문제 모두 비교 가능한 내용들을 담은 제시문들로부터 논점을 추출한 이후 각각 대응될 수 있게끔 구성 및 서술할 것을 요구하는 문항이다. 이 경우 특정 제시문의 논점A를 세분화하여 a1, a2, a3형태로 분석했다면, 대비되는 제시문에서 상반되거나 유사한 듯 보이지만 차이를 드러내는 논점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번 문제에서 [문제 3]-(1)은 평소보다 조금 쉽게 출제된 반면 [문제 3]-(2)는 영어 제시문이 독해를 할 수 있더라도 그 내용이 약간 추상적이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평소보다 어렵게 출제된 제시문으로 평균적으로는 이보다 수월한 편이었으니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제시문]
[마]
세계는 신을 찬미하도록 정해져 있으며, 선택된 기독교인은 자신이 맡은 바 본분을 다해 신의 계명을 집행함으로써 이 세상에서 신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하여 오로지 존재한다. 그러나 신은 기독교인의 사회적 활동과 성취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신은 기독교인의 삶이 자신의 계명에 따라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자신의 영광을 드높이는 목적에 이바지하기를 원한다. 칼뱅주의자들이 세상에서 행하는 사회적 노동은 어디까지나 “신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노동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현세적 삶에 이바지하는 직업노동도 역시 그러한 성격을 띤다. (중략) 생각건대 이 사회질서의 구성 및 편제는 놀라우리만큼 합목적적이며 성서의 계시나 우리의 타고난 직관에 비춰 보아도, 그것이 인류의 ‘유익함’에 봉사하도록 신에 의해 기획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비인격적인 사회적 실익에 기여하는 노동이야말로, 신의 영광을 더함으로써 신의 뜻을 따르는 행위로 생각될 수 있다.
[바]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출간하며 사회 계약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홉스는 인간 행위의 모든 원천을 신의 의지와 속성으로부터 추론하는 종교와 단절하면서 인간 중심주의를 주장하였고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개인의 자발적인 운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홉스는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로 태어나며, 자기 보존을 위한 이익 추구의 욕구, 자발적으로 자기 보존을 도모하는 자유 의지, 그리고 다양한 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을 선택하는 합리적 행동의 근거인 이성이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은 항상 한정적이고, 인간은 자기 보존을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권리인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간들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끝없는 갈등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하며 자연 상태는 결과적으로 개인이 자기 보전을 장담할 수 없는 살벌한 전쟁 상태가 된다고 하였다. 홉스는 개인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 간의 갈등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회 계약을 통해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하여 전쟁 상태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권의 양도가 자신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가능하며 개인은 계약을 통해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회 계약의 결과는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는 인위적 인격인 국가가 형성되는 것으로, 계약의 주체인 개인들은 각자의 자연권을 결합하여 이를 인위적 인격에 양도하게 된다. 이 모든 권력을 양도받는 인위적 인격인 국가의 통치자를 주권자라고 하고 그가 가지는 절대 권력을 주권이라고 하였다. 홉스는 주권은 양도되거나 분리될 수 없으며 절대 군주에게 독점되는 권한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사]
Aristotle conceived of democracy as a ruling partnership among relative equals. The ancient approach was to look for one, all-purpose epistemic* virtue for the political domain. We lack a word in our vocabulary that picks out a distinctive political expertise—a techne** for modern democracy. This is no accident. The model of an agency relationship gets its purchase from its ability to divide up cognitive labor—to permit knowledge specialization by political actors. You could spend all your life informing yourself about any given subdomain of the modern bureaucratic state. To avoid this overload, democratic citizens take out periodic loans. They transfer their decision-making authority to agents who bear their decisional costs, by contracting out some of their obligations. This drastically reduces the political reasoning that they must engage in on a daily basis. The freedom that in this form of agency offers should not be downplayed.
*epistemic: 인식론적인, **techne: (지식체계로서의) 기술
[인문계열Ⅰ 문제 3 우수답안]
[인문계열Ⅰ 문제 3-1 우수답안]
제시문 [마]에서 인간은 신을 찬미하고 신의 계명을 집행하며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존재이다. 인간은 신의 계명에 따라 사회적 노동을 통해 신의 영광을 드높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이 사회에서 행하는 직업 노동도 오로지 신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신에 의해 완벽하게 기획된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인간은 철저하게 신에게 종속된 피동적 존재에 다름 아니다.
제시문 [바]에서 인간은 본래 이기적 존재로 태어나며, 자기 보존을 위한 이익 추구의 욕구와 자발적으로 자기 보존을 도모하는 자유 의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을 선택하는 합리적 행동의 근거인 이성을 가진 존재로 본다. 한정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끝없는 갈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성적 판단에 따라 권리의 양도가 이루어지게 된다.
제시문 [마]에서 신에 종속된 피동적 인간관을, 제시문 [바]에서는 신과는 별개로 이기적 인간관에 기반한 인간 중심주의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두 제시문에서 나타난 인간관은 뚜렷하게 대비된다.[511자]
우수답안 분석
본 문항에서는 제시문 [마]의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오로지 신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존재이며, 인간의 직업노동 자체도 이미 신을 위한 그리고 신에 의해 기획된 것임을 잘 지적하고 있다. 제시문 [바]에서 이기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토대로 한 인간 중심주의가 잘 정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신과 관련된 입장에 대한 두 제시문 간의 상반된 입장이 잘 요약되어 있다.
[인문계열Ⅰ 문제 3-2 우수답안]
제시문 [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민주주의의 핵심이 동등한 구성원들의 정치 참여와 그들이 공유한 정치영역에 두루 적용되는 일치된 가치관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 변화에 따라 정치영역에 대한 전문화된 지식이 요구되면서 구성원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들의 결정권을 양도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대리인으로서 전문적인 정치인들이 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에서 자유롭게 되었으나, 이들의 결정권 양도가 영구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시문 [바]와 제시문 [사]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권리가 어떻게 양도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공통 주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두 글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제시문 [바]는 사회 계약론을 통해 홉스가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그들이 이기적인 존재이고, 자기 보존을 위해 부단히 다른 인간들과 싸워야 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시문 [사]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직접 민주주의를 예시로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을 대상으로 논지를 진행하며, 이들은 정치 영역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제시문 [바]는 권리 양도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고 비인격체인 국가의 보호 아래에서 가능한 안정적인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함으로써 필연성을 강조하는 반면, 제시문 [사]는 정치의 주체들이 감당해야 할 참여의 부담을 줄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유로운 결정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바]는 권리를 양도 받은 국가의 통치자인 절대 군주가 주권을 가지며 이 주권은 절대 양도되거나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양도의 상태가 영구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제시문 [사]는 결정권의 양도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한정된 기간을 전제한 조건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971자]
우수답안 분석
본 문항에서는 주제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제시문 [바]와 제시문 [사]의 설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예시 답안에서는 제시문 [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에서 대의 민주주의로의 이행에 대해 필자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요약하고 있고, 제시문 [바]에서 설명하고 있는 홉스의 사회 계약론과 비교함으로써 두 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어 본 문항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고 있다.
우수답안 및 우수답안 분석 활용 방안
두 문제 유형 모두 문제 분석에서 살펴보았듯이 특정 제시문의 논점A를 세분화하여 a1, a2, a3형태로 분석했다면, 대비되는 제시문에서 상반되거나 유사한 듯 보이지만 차이를 드러내는 논점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답안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다만 답안 참고시 주의할 것은 모의논술 전체 답안분량을 감안해 보면 학교측 분량이 거의 3500자에서 4000자에 육박하는 분량이 나온다. 시험시간이 100분임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 분량이다. 그 시간에 쓸 수 있는 현실적 분량은 2000 정도이다. 이를 감안하여 위 답안과 같은 분량이 아닌 위 논점을 중심으로 간결한 서술을 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