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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24학년도 인문 모의논술 분석 [2]

by NOMADICSAGE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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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24학년도 모의 논술 자료를 공개하였다. 인문 모의 논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존의 문제 유형에서 달라진 바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준비방식에도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은 적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올해 인문 모의의 경우 영어 제시문 난이도가 기출이나 23년 모의에 비해서는 살짝 까다롭다는 느낌이므로 이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기출들을 접해볼 것을 권한다. 

 

[문제 2]

제시문 [다]에 나타난 롤스의 관점에서 제시문 [라]에 나타난 ‘학급’이라는 사회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시오. [30점]

문제 분석

이 문제는 특정 제시문의 관점에서 다른 제시문의 관점을 비판하는 유형에 해당한다. 이화여대에서 가장 많이 출제하는 유형으로 [문제 1]도 같은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 경우 답안의 기본적 구성방식은 [다]관점의 간략한 정리, [라]상황의 간략한 분석, [다]관점에서 [라]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형태가 적절하다.(분량을 감안할 경우 [라]점의 간략한 분석를 생략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 이때 주의할 것은 [라]에 대한 비판 논점을 서술할 때 [다] 핵심 요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서술하는 것이다. 즉 [다]의 요지가 A라면 [라]의 운영방식은 -A의 형태로서 드러나게끔 서술하고 (-)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형태로 서술하는 것이다.

[제시문]

[다]

현대 철학에서 자유 지상주의자들은 자유를 어떤 외부적 강제나 강압도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현대 사회의 개인은 각자의 신념을 인정하고 자신의 신념을 타자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하며, 국가는 기본적으로 개인에게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자유 지상주의자들과 차별화되어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라고 불리는 학자들이 있다. 롤스는 그 대표적 학자로, ‘정의’에 대한 담론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와 정치 철학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롤스는 사상 체계의 제1의 덕목이 진리라면 사회 제도의 제1의 덕목은 정의라고 주장하였다. 그가 특히 강조하였던 것은 모든 개인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이며, 소수 혹은 사회적 약자가 강자의 권력 때문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권리를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롤스는 정의의 핵심이 절차적 공정성에 있다고 보았다. 한 사회 내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사회를 운영해 나갈 법과 제도를 합의한다고 할 때, 이 법과 제도가 정의로운 것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정해지는 절차적 공정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롤스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제도의 토대가 되는 사회 운영 원리를 합의하는 이른바 원초적 상황을 가정한다. 원초적 상황에서는 무지의 장막이라는 특수한 정보 차단 장치가 있어서 이 상황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지위나 자신의 선호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이때 참여자들이 합리적이라면 자신이 어떤 사회적 조건에 처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음을 고려하게 될 것이고, 타고난 능력이나 처해진 환경, 계층적 조건 등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불편부당한 정의의 원칙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원초적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된 원칙이 마련되고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한 사회 제도를 선택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이 생기게 된다.

[라]

 그날 편반이 끝나고 키 크기에 따른 각자의 번호와 교실 좌석까지 다 정해졌을 때 새 담임이 된 김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이 시간 분명히 밝혀 둘 것은 우리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자, 배의 순탄한 진로를 헛갈리게 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전정할 때 역행 가지를 잘라 버려야 하듯 여러분의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여러분 스스로가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일사불란한 항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과 신뢰로써 반을 하나로 결속하는 슬기를 보이는 일이다.”

 새 담임선생은 과학교사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로써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 뭔가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사안일 속의 1년이었던 것이다.

 “고삐는 여러분 손에 쥐어져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 고삐를 당겨 여러분 스스로를 제어해 주기 바란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여러분 스스로가 내 손에 그 고삐를 쥐어 주는 일이다. 나는 자율이라는 낱말을 좋아한다.”

담임선생님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들을 묶고 있었다. 어느 연극잡지에서 완숙한 연출가는 배우 스스로가 연출하도록 유도하는 비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은 것이 생각났다. (중략)

 “어떤가, 우리 반에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애는 없겠지?”

 첫 만남에서 담임이 말한 우리들의 항해에 방해가 될 만한 그런 역행 가지를 귀띔해 달라는 것일 게다. 나는 불현듯 담뱃불에 지짐질당해 아직도 진물이 줄줄 흐르는 내 허벅지를 내보이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어쩌면 담임도 내 입에서 기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1학년 때의 기표 담임이 기표가 1학년 때 한 번 유급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길 전하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중략)

 담임선생은 우리 집 방문을 끝내고 다른 집으로 가는 도중에 내게 말했다.

 “유대, 네 도움이 필요하다.”

 “뭘 말입니까?”

 “우리 반을 위해서 네 협조를 받고 싶다는 얘기다. 물론 나는 네가 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고자질하는 그런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반 전체를 위한 너의 조언이다. 어때 협조해 줄 수 있겠지?”

 

 나는 얼굴에 열기가 끼쳤다. 이것은 치욕이었다. 담임은 나를 자신의 첩자로 삼으려는 것이다. 1학년 때도 그랬다. 나는 담임선생이 원하는 대로 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담임에게 알렸다.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내 입에서 전해진 말이 요술을 부려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시치미떼고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통쾌한 일이었다. 아이들 자신을 위해서 내가 이바지했다고 하는 자부였다. ‘우리’를 위해서 내 힘이 쓰여지고 있다는 기꺼움 때문에 나는 그러한 고자질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수룩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아이들에게 따돌림 받았다. 나는 한낱 ‘우리’의 힘을 해치는 담임의 첩자였을 뿐이다. 나를 이용해 먹은 담임이 그 사실을 새 담임에게 인계하는 배신을 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울화통이 터질 일이었다.

 

 

[인문계열Ⅰ 문제 2 우수답안]

제시문 [다]에 따르면 롤스는 모든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이기에 소수 혹은 사회적 약자가 강자의 권력 때문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어떠한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그는 정의의 핵심이 절차적 공정성이라고 보고,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운영해 나갈 법과 제도를 합의할 때 원초적 상황 하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지켰는지의 여부가 정의를 판단하는 원칙임을 밝히고 있다.

제시문 [라]에 제시된 소설의 담임 선생님은 겉으로는 교실 내 모든 구성원들이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결속해야 하며 각자가 자율적으로 자신을 제어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듯하지만, 뒤에서는 서술자 ‘나’(유대)에게 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기표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반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롤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학급이라는 사회의 운영 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첫째,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자인 롤스는 개인이 강자의 권력에 의해 주어진 정치적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학급을 통솔하는 담임 선생님의 경우 겉으로는 학생들 모두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듯하지만, 뒤에서는 자신이 지정한 한 학생을 통해 각 학생들을 감시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둘째, 롤스는 사회 운영에 있어 절차적 공정성이 정의의 핵심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 학급의 경우 절차적 공정성에 입각하여 구성원들이 사회를 운영할 법과 제도에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담임 선생님의 위선적인 운영에 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롤스의 관점에서 이 학급의 운영 방식은 개인을 자유를 존중하고 있지도 않고, 정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할 수 있다. [922자]

 

우수답안 분석

본 문항에서는 제시문 [다]의 롤스의 관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소설의 일부인 제시문 [라]에 나타난 인물 및 상황적 배경을 통해 학급이라는 사회의 축소판에서 위선적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답안에서는 롤스의 정의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잘 요약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담임 선생님의 이중적이고 위선적 태도를 잘 지적하였다. 또한 롤스의 관점에 기반하여 소설 속 학급의 운영 방식을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음을 적절한 근거를 들어 잘 분석하였다

 


우수답안 및 우수답안 분석 활용 방안

문제 분석에서 언급했던 답안구성방식처럼 학교측의 우수답안은 [다]관점의 간략한 정리, [라]상황의 간략한 분석, [다]관점에서 [라]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라]에 대한 비판 논점을 서술할 때 [다] 핵심 요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서술하는 것이다. 즉 [다]의 요지가 A라면 [라]의 운영방식은 -A의 형태로서 드러나게끔 서술하고 (-)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형태로 서술하는 것이다.

위의 줄 그은 부분들을 살펴보면 답안 첫 단락의 줄 그은 부분들은 [다]의 관점이 드러내는 부분이고 세 번째 단락의 줄 그은 부분들은 [라]에서 비판 받을 부분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문제 분석에서 다룬 것처럼 [다]의 요지가 A라면 [라]의 상황은 -A의 형태로서 드러나게끔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논제 요구 사항을 통한 분석 연습과 학교 측의 답안에 대한 분석을 겸할 경우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으니 최대한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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