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시 정보

이화여대 24학년도 인문 모의논술 분석 [1]

by NOMADICSAGE 2024. 12. 29.
반응형

이화여대가 24학년도 모의 논술 자료를 공개하였다. 인문 모의 논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존 문제 유형을 유지하고 있어 준비 부담이 크진 않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올해 인문 모의의 경우 영어 제시문 난이도가 기출이나 23년 모의에 비해서는 살짝 까다롭다는 느낌이므로 이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기출들을 접해볼 것을 권한다.



[문제 1]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에 나타난 ‘우리’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30점]


문제 분석

이 문제는 특정 제시문의 관점에서 다른 제시문의 관점을 비판하는 유형에 해당한다. 이화여대에서 가장 많이 출제하는 유형으로 [문제 2]도 같은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 경우 답안의 기본적 구성방식은 [가]관점의 간략한 정리, [나]관점의 간략한 정리, [가]관점에서 [나]관점에 대한 비판형태가 적절하다.(분량을 감안할 경우 [나]관점의 간략한 정리를 생략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 이때 주의할 것은 [나]에 대한 비판 논점을 서술할 때 [가] 요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서술하는 것이다. 즉 [가]의 요지가 A라면 [나]의 요지는 -A의 형태로서 드러나게끔 서술하고 (-)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형태로 서술하는 것이다.

[제시문]

[가]

한비자(韓非子)는 인간 행위의 주요 동기가 이기심이라는 전제하에, 유교의 인의(仁義)를 권장하는 것은 사실상 군주에게는 공자(孔子)의 수준을, 백성들에게는 공자의 제자 수준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평화로울 때는 유교의 인의를 장려할 수 있지만 국가가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는 강력한 법을 마련하여 악행을 처벌함으로써 국가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비자는 부국강병을 목표로 법치를 실현하는 것이 여러 나라들이 패권을 다투던 혼란기에 맞는 현실적 통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한비자의 통치론이 구체화된 책이 한비자이다. 이 책에서 한비자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노자는 세계를 근원적으로 포괄하는 자연 질서이자 만물의 근원인 도(道)에 따라 사는 것을 바람직한 삶이라고 여기고, 군주는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한비자는 이러한 노자의 사상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통치론을 펼쳤다. 한비자는 누구나 부, 고귀함, 장수 등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빈곤, 비천함, 멸망 등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미혹함에 빠지지 말고 노자의 도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 인간은 이타심도 가지고 있어 전적으로 사악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하였다. 이기적인 인간은 권력에 복종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므로 군주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덕치를 버리고 다수의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비자는 군주의 처신과 국사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권고하였다. 그는 군주가 노자의 도 개념에 근거하여 자연적이면서 동시에 명시적인 법, 지위나 인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을 마련하고 이 법을 통해 악행을 처벌하고 비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군주는 큰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 징조를 알아차리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군주는 신중해야 하고, 사소한 이익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탐욕에 빠져서도 안 되며, 음악이나 유흥에 탐닉해 정신을 잃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이와 관련된다.

[나]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김은 인륜(人倫)이 있기 때문이며, 군신과 부자를 가장 큰 인륜으로 꼽는다. 군주가 어질고 신하가 충직하며 어버이가 인자하고 자식이 효도한 뒤에야 국가를 이루어 끝없는 복을 누릴 수 있다. 지금 ‘우리’ 군주는 어질고 효성스러우며 지혜롭고 총명하시다. 현량하고 정직한 신하가 잘 보좌하여 다스린다면 요순(堯舜)의 교화와 문경(文景)*의 통치를 손꼽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신하 된 자들은 국가에 보답할 생각을 아니 하고 한갓 녹봉과 지위를 훔치며 군주의 총명을 가려서 아부하고 뜻만 맞추면서, 충성스러운 선비의 간언을 요망한 말이라 하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匪徒)라 한다. 안으로는 국가를 보좌할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백성을 학대하는 벼슬아치만 득실거린다. 백성들의 마음은 날로 더욱 흐트러져 들어와서는 생업(生業)을 즐길 수 없고 나와서는 몸을 보존할 방도가 없다. 학정(虐政)이 날로 심하여 원성(怨聲)이 그치지 아니하니, 군신의 의리와 부자의 윤리와 상하의 구분이 어긋나고 무너져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관자(管子)가 말하기를 “사유(四維)**가 펼쳐지지 못하면 국가는 곧 멸망한다”라고 하였으니, 지금의 형세는 예전보다 더욱 심하도다. 위로는 공경(公卿), 아래로는 방백(方伯) 수령(守令)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위태로움은 생각지 아니하고 그저 자기 배를 불리고 집을 윤택하게 할 계책에만 몰두하고, 벼슬아치를 뽑는 문을 재물 모으는 길로 여겨 과거 시험을 보는 장소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되었다. 수많은 재화와 선물이 군주의 창고로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개인의 호주머니만 채워 국가의 빚이 쌓여만 가고 있다. 아무도 국가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교만하고 사치하며 음란하고 방탕함에 거리낌이 없다. 온 나라가 어육(魚肉)이 되고 만백성은 도탄에 빠졌는데도 수령들의 탐학은 실로 그대로이니, 어찌 백성이 궁핍해지고 빈곤해지지 않겠는가.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다. 근본이 쇠약해지면 국가도 쇠잔해진다. 그런데도 보국안민(輔國安民)의 방책은 염두에 두지 않고 고향에 저택을 화려하게 지어 오직 혼자만 온전할 방법을 찾으며 녹봉과 지위를 훔치니, 어찌 도리라 하겠는가.

‘우리’는 비록 초야(草野)의 유민(遺民)이지만 군주의 땅에서 먹고 군주가 준 옷을 입고 사니 어찌 국가의 위태로움을 좌시할 수 있겠는가. 온 나라가 마음을 함께하고 수많은 백성이 뜻을 모아 지금 의로운 깃발을 내걸어 보국안민을 생사의 맹세로 삼노라. 오늘의 광경이 비록 놀랄 일이겠으나 결코 두려워하거나 동요하지 말라. 각자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면서 모두 태평한 세월이 오기를 기원하며 함께 군주의 교화를 누리면 천만다행이겠노라.

* 문경(文景): 어진 군주로 알려진 중국 한나라 문제(文帝)와 그 아들 경제(景帝).

** 사유(四維): 국가를 다스리는 데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 예(禮)·의(義)·염(廉)·치(恥).

 

 

[인문계열Ⅰ 문제 1 우수답안]

제시문 [가]에서 한비자가 주장한 통치론의 핵심은 지위나 인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을 마련하고 이 법을 통해 악행을 처벌하는 법치이다. 유교의 인의를 권장하는 덕치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다수의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이면서 명시적인 법을 통해 효율적으로 국가가 운영되어야 한다. 이때 군주는 신중하고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존재이고, 미혹에 빠지기 쉬운 모든 신하와 백성은 군주와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제시문 [나]의 ‘우리’는 군신과 부자의 인륜을 강조하면서, 지금 혼란하고 위태로운 현실을 초래한 책임을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사사로운 욕심만 취하는 신하들에게 돌리고 있다. 국가에 보답하고 국가의 근본인 백성을 잘 돌보아야 할 신하들이 어진 군주를 보좌하지 않고 현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초야의 유민들인 ‘우리’가 의로운 깃발을 내걸고 보국안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한비자의 관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인식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우리’의 주장처럼 유교의 인륜을 앞세우는 것은 혼란기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통치 방법이다. 또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군주가 명시적인 법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는 신하들을 처벌해야 한다. 이때 법을 마련하고 악행을 규탄하는 역할은 오로지 군주에게만 주어진 배타적인 권리이자 의무이고, 여기에 백성이 개입하여 마음대로 판단하거나 섣불리 개혁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비자의 관점에서 국가의 근본은 오로지 군주이고, 신하와 백성은 통제와 교화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주장은 한비자의 입장에서 군주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본분에 맞지 않는 선동으로 보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시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 농민 운동 지도부의 주장은 전통적인 덕치와 법치의 주장을 초월한 적극적인 현실 인식과 실천 노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생략 권장: 수험생 입장에서 서술하기 힘든 부분][963자]

우수답안 분석

본 문항에서는 제시문 [가]에 제시된 한비자의 관점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파악해야 하며, 제시문 [나]에 나타난 동학 농민 지도부의 현실 인식을 분석하여 그들의 논리를 한비자의 통치론과 대비시킬 수 있어야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예시 답안에서는 문항에서 요구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해 적절한 답을 제시하였다. 제시문 [가]에서 한비자가 주장한 통치론의 핵심을 법치로 파악하고, 이때 법과 군주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 [나]의 ‘우리’가 주장한 유교적인 인륜과 보국안민의 명분을 정리하면서, 이를 한비자의 관점에서 ①덕치보다 효율적인 법치의 필요성, ②법치에 대한 군주의 배타적인 권리와 의무, ③이기적인 존재로서 신하와 백성은 통제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비판하고 있다.



우수답안 및 우수답안 분석 활용 방안

문제 분석에서 지적했듯이 학교측의 우수답안은 [가]관점의 간략한 정리, [나]관점의 간략한 정리, [가]관점에서 [나]관점에 대한 비판형태를 취하고 있다.(다만 전체 문제를 학교측의 분량대로 쓰는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편이라서 분량을 감안할 경우 [나]관점의 간략한 정리를 생략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 또한 [나]에 대한 비판 논점을 서술할 때 [가] 요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서술하는 것을 강조했는데 위의 줄 그은 부분들을 살펴보면 답안 첫 단락의 줄 그은 부분들은 [가]의 관점이 드러내는 부분이고 두번째 단락의 줄 그은 부분들은 [나]에서 비판받을 부분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문제 분석에서 다룬 것처럼 [가]의 요지가 A라면 [나]의 요지는 -A의 형태로서 드러나게끔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단락은 (-)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 서술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논제 요구 사항을 통한 분석 연습과 학교 측의 답안에 대한 분석을 겸할 경우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으니 최대한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