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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학년도 동국대 모의논술 인문 1 - 2

by NOMADICSAGE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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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24학년도 대비 인문 모의 논술 문제 및 해설이 공개되었다. 동국대 문제는 타대학에 비해 많은 제시문 수와 이에 비해 한정된 분량 등으로 처음 접한 수험생들에게 낯설고 불편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낯설음은 어렵다는 첫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오히려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차분하게 준비할 것을 권해본다. 본문제는 동국대를 지원한 수험생은 물론, 가톨릭대나 단국대 등 비슷한 분량을 요구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중상위 난이도 문제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아래에는 문제 원본을 첨부하고 문항별 예시답안 및 이에 대한 분석을 담아보았다. 예시답안은 최소한 제시문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한 후 살펴보기를 권장한다.

 

[제시문]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앞부분 줄거리) 새해 첫 출근 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남자’는 밤새 내린 눈이 허리를 넘어설 만큼 쌓여 출근할 수 없게 된다. 초조함 속에서 하루를 더 보낸 남자는 결국 눈을 파헤치며 회사로 향하지만 금세 지쳐 버린다. 상사의 압박에 불안감을 느끼던 남자는 우수 사원인 유대리 역시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유대리에게 전화해 보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빨리 안 오고 뭐해. 과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어느새 두 시였다. 남자는 삽을 쥐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눈을 치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지쳤다. (……) 남자의 삽 끝에 폐지 묶음이 걸렸다. (……) 삽으로 떠내는데 그 사이에 들어 있던 중국집 스티커가 남자의 구두 위에 툭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광고지에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 입안에 따뜻한 침이 고였다.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만 먹고 나면 회사까지 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남자는 홀린 듯 휴대 전화를 꺼냈다.

 (……) 눈 때문에 출근도 못하는데 배달이 될까 의심했지만 안전모를 쓴 배달원은 삽으로 눈을 퍼내면서 남자에게 다가와 짜장면을 건넨다. 남자가 ‘대단하시네요’라고 하자 배달원은 “눈이 와도 먹고는 살아야죠”라고 답한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짜장면을 먹고 남자는 다시 속도를 내서 삽질을 한다.

 맞은편에 불 꺼진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간판을 보자 온장고에 든 따뜻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얼마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저 눈 밑에 파묻혀 버렸다. 얼마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저 눈 밑에 파묻혀 버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편의점 앞에는 남자의 키만 한 눈사람이 서 있었다. 동그란 눈과 웃는 입 모양을 한 눈사람이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남자는 잠시 멈춰 섰다. 눈이 재앙이 되고 눈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 곳에 서 있는, 웃는 얼굴의 눈사람은 김새는 농담 같았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흉내 냈다. 말라붙어 있던 입술이 툭 터져서 피가 찔끔 새어 나왔다.

 (……) 한참 속도를 내다가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결국 남자는 소리 나는 곳으로 삽을 움직였고, 손으로 눈을 쓸어내자 눈 속에 파묻힌 채 빳빳하게 언 양복바지 안에 있는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발견한다. 무릎을 꿇고 삽과 손으로 눈을 파내자 양복 차림의 사람이 눈의 중간에 화석처럼 묻혀 있었다.

 전체적으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모습이지만 상반신 일부는 아직도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쌓인 눈의 두께로 봐서는 그가 쓰러진 뒤에도 눈이 계속 내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눈을 쓸어 내자 어깨와 목, 안경을 쓴 얼굴이 차례로 나타났다. 혹시라도 맥박이 뛰는지 확인하려던 남자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 속에서 화석이 된 사람은 집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던 유 대리였다. 이봐 남자는 유 대리의 몸을 흔들었다. 턱에서 땀이 툭 떨어졌다. 일어나. 휴대전화에서 다시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봐!” 유 대리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 대리의 전화기를 주워 귀에 댔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 눈 속에, 유 대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남자의 입 안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해가 기울고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이대로 한 시간 정도만 파고 가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는 회사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파고 온 길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다시 돌아가기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게다가 남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는 유 대리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을 골랐다. 졸음이 밀려왔지만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떴다. 눈 더미는 딱딱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공원에 있는 벤치 같았다. 시야가 구겨진 종이처럼 뭉개지고 있었다.

-서유미, 「스노우맨」-

-고등학교 문학-

 

【나】

국철을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 두고 있었다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하종오, 「동승」, 국경없는 공장-

-고등학교 국어-

【다】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쟁취’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단행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노동절이 지정되었다. 총파업을 단행하게 된 배경에는 하루 평균 17시간 노동이라는 무자비한 노동량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이 같은 열망에 경찰은 물리적 폭력으로 대응했지만, 3년 뒤인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노동자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선포하게 되면서 ‘8시간 노동 쟁취’라는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국민저널, 2014년 5월 1일-

-고등학교 사회·문화-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 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향상하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 근로 시간은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데,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일에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근로 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이 있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면 유급 휴일을 주어야 하며, 연장 근로와 야간 근로 또는 휴일 근로에 대하여는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고등학교 정치와 법-

【라】 민주 사회의 시민은 구성원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소수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정치 공동체의 법이나 정책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시민 불복종이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시민불복종이란 “법이나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하버마스는 롤스의 입장을 수용하여 시민불복종이 비폭력적이어야 하며, 규범을 위반한 것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는 전제하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시민불복종은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불복종은 개인적인 이익을 배제하고 정의의 원리를 따를 때 그 행위 목적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실정법을 위반함으로써 뒤따르는 처벌을 감수하는 책임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시민 불복종은 구성원과의 소통을 전제하는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다른 시민과의 유대를 해치는 행동이나 폭력을 수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같이 시민 불복종은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이면서, 동시에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문제2]

① 【가】의 제목 ‘스노우맨’과 소설에서 ‘눈’과 인물들의 상황이 암시하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② 【가】와 【나】의 시에 나타난 공통점을 찾아 그 공통점이 【다】의 내용과 지닌 상관성을 서술하시오.



③ 【가】, 【나】에 나타난 문제에 대해 【라】와 같은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를 쓰시오. <250~400> [30점]

 

 

[분석 및 대응 방안]

본문제는 세 개의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이런 문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통주제를 떠올리면서 개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좋다. 문항 1의 경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노동자, 노동, 일을 중심으로 문학적 추론을 통해 논점을 추출해 나가야 한다. 직접적 또는 구체적 내용을 찾으려고만 하면 오히려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생각의 폭을 넓게 가져가는 게 좋다. 문항 2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가], [나]에 지배적으로 나타난 가치를 [다]의 핵심적 개념인 노동자들의 권리와 연관지어 서술하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문항 3은 시민불복종을 그대로 옮겨적는 방법 보다는 이를 노동자를 주체로 하여 ‘구성원의 기본권 ->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처럼 구체적으로 적용시켜 서술해 나간다면 더욱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예시답안]

제목 ‘스노우맨’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 몰린 직장인을 암시한다. 이 소설에서 ‘눈’, ‘폭설’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재해나 재앙’의 수준에 이른 노동환경을 의미하며, 주인공과 유대리는 이런 상황 속에 갇힌 희생자다.

(가), (나)의 공통점은 남자, 유대리, (나) 시의 화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모두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인 (다)의 근로 시간, 근로 조건 등을 침해 받고 있는 점이다. (가), (나)처럼 노동 착취가 구성원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소수자를 차별하는 법이나 정책에 의해서 행해질 경우, 그런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 구조와 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라)의 경우처럼 비폭력적, 양심적 저항인 시민불복종과 같은 ‘법에 반하는 정치 행위’가 필요하다. (공백포함 37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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