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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학년도 숙대 모의논술 [1] 분석

by NOMADICSAGE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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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니?

파수꾼 네, 촌장님.

촌장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떼는 없구,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 달라구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더라.

파수꾼 도끼는 왜 들고 와요?

촌장 망루를 부순다구 그런단다. ‘이리떼는 없구 흰 구름뿐.’ 이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구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구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파수꾼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파수꾼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촌장 난 알고 있지.

파수꾼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촌장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파수꾼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떼가 몰려온다’는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는데 그게 더 좋아요?

촌장 얘야, 이리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된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 이강백, <파수꾼>에서



<나>

투쟁하는 집단은 갈등의 지속이 곧 자기 집단의 생존 조건이기 때문에 부단히 갈등을 유발해야 한다. 집단 내부의 단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외부 갈등이 객관적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다. 집단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그들이 외부의 위협을 감지하거나 감지하도록 환기하는 조건뿐이다. 이때 위협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집단이 위협의 존재를 느끼기만 하면 된다.

개인의 갈등이 어떤 결과를 얻으려는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면적인 긴장 해소 요구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집단이 적을 찾는 목적은 구성원들을 위해 어떤 실질적 결과를 얻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자기 집단의 구조를 존속시키려는 데 있다. 심지어 투쟁하는 집단을 생기게 한 초기의 갈등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된 후에도, 그 집단들은 처음 그들이 집단을 만들던 시점의 모습 그대로여야만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처럼 투쟁적으로 활동한다. 조직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스스로 와해해버리게 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조직은 어차피 해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체를 모면하기 위해서 조직은 새로운 목적을 찾아내게 된다.

만약 적이 없어지게 되면 위태롭게 될 집단의 존속을 위해서, 집단은 새로운 적을 찾게 된다. 외부에서 적을 찾아내거나 적의 위험을 과장하는 것과 같은 방식은 단순히 집단 구조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력의 저하나 내부 불화로 집단 응집력이 위협을 받을 때 그것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외부와의 첨예한 갈등은 구성원들의 경계 태세를 소생시키고 이탈 경향을 약화시켜서 집단 내 반대자에 대한 일치된 대응 행동을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다>

<표 1>과 <표 2>는 최근 OOO 국가에서 ‘집단의 성향 차이에 따라 진짜/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탐구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표 1>은 응답자들에게 서로 다른 6개의 뉴스를 차례대로 제시하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지 거짓이라고 믿는지에 대해 대답한 결과를 집단별로 분류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각 뉴스별로 ‘완전히 거짓’(1점), ‘대체로 거짓’(2점), ‘보통’(3점), ‘대체로 사실’(4점), ‘완전히 사실’(5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답했다. A집단과 B집단은 상반된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


<표 1> 진짜/가짜 뉴스에 대한 집단별 사실 여부 인식

<표 2>는 여러 대상에 대한 ‘감정온도’ 응답 결과를 집단별로 분류한 것이다. 감정온도는 질문받은 대상에 대해 응답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온도로 답변한 것으로서, 0도에 가까울수록 대상에 대해 차갑게(부정적으로) 느끼고 100도에 가까울수록 따뜻하게(긍정적으로) 느낀다.


<표 2> 대상에 따른 집단별 감정온도

 


문항


1-1. 답안 체크 전 분석 권장

<가>의 ‘촌장’의 주장과 <나>의 논지를 요약하고 공통점을 서술하시오. (300±30자)




[예시답안]

<가>에서 촌장이 이리떼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망루를 설치하고 파수꾼을 두어 경계하게 한데서 그가 집단의 유지와 질서를 위해서 외부의 적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고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투쟁하는 집단은 단결과 존속을 위해서 구성원에게 외부의 적의 존재를 환기하고 그 위협을 강조하며 기존의 위부 위협이 사라지면 새로운 위협의 대상을 찾는다고 본다. <가>의 촌장과 <나>는 집단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필요로 하면서도 실제로 반드시 적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314자)


[우수답안]

(가)의 촌장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마을의 단결을 위해 두려움의 대상인 '이리'의 실체를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나)에서는 집단의 생존과 결속에 외부 위협 요소의 존재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가)의 촌장과 (나) 모두 집단의 단결이 외부의 적대적 요소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외부 요소가 실제로 위협적인지와 같은 진실은 중요하지 않으며, 해당 요소가 조직의 단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였는지를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결국 (가)와 (나) 모두 외적 요소가 내부의 응집력을 강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1-2. 답안 체크 전 분석 권장

<표 1>에 나타난 A와 B 두 집단의 공통된 특성을 서술하고, <표 1>과 <표 2> 그리고 <나>의 논지를 활용해서 A집단의 특성을 설명하시오. (600±60자)


[예시답안]

<표 1>에서 A와 B 두 집단은 모두 자신의 집단에 유리한 내용의 뉴스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사실로 수용하는 정도가 높았던 데 반해, 집단별 유불리와 무관한 내용의 뉴스에 대해서는 여타 집단과 비슷하게 사실 여부를 판단했다. 이를 통해서 A와 B 두 집단은 집단 이해와 무관한 영역에서는 상식적인 판단 능력을 발휘했지만, 집단의 이해와 관련한 사안에는 현저하게 자기 집단에 편향된 태도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2>에서 A집단은 성별, 종교, 국적이 다른 대상에 대한 감정온도에서 B집단이나 여타 집단과 큰 차이가 없었던 데 반해, 유독 정치적 견해가 다른 대상에 대한 감정온도는 크게 낮았다. A집단이 집단 유불리에 따른 편향된 태도를 갖는다는 <표 1>의 내용과 A집단이 정치적 견해가 다른 B집단을 특히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표 2>의 내용을, 외부와의 첨예한 갈등이 집단 내 반대자에 대한 일치된 대응 행동을 생성한다는 <나>의 논지를 통해서 종합해 보면, A집단은 B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바탕으로 이들을 외부의 적으로 설정해서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고, A집단의 존속을 위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취하게 하였다고 추론할 수 있다.(601자)


[우수답안]

집단 A와 B 모두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 유리한 뉴스인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뉴스가 진짜인지를 차선 기준으로 해당 뉴스를 인식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내집단에 유리한 가짜 뉴스를, 타 집단에 유리한 진짜 뉴스보다 '진짜'라고 생각한 것이다. <표1>의 '전체'와 '여타 집단'의 답변을 보면, 그들은 어느 집단에 유리한 뉴스인지 보다는 뉴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기준으로 답변의 수치가 상이해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집단 A와 B는 뉴스의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속해있는 집단에게 유리할 뉴스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표2>에서는 대상에 따라 집단이 느끼는 감정의 긍정적인 정도를 보여준다. A집단의 경우 다른 대상과 비교했을 때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며, 설문에 응답한 타 집단과 비교했을 때도 해당 항목에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또한 <표1>에서 A집단이 자신의 집단과 정치적 성향이 반대인 B집단에 유리한 뉴스를,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실로 인식하는 정도가 낮았다. 이를 통해 A집단은 집단의 결속성과 단일성이 강한 조직이며, 이를 위해 단일성에 반하는 요소를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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